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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로니아에 '용모가 아름답고 하나님을 공경하는'여인이 살았다. 제 2경전 다니엘서는 두 노인의 간계에 빠진 아름다운 수산나가 죽음으로써 순결을 지키는 이야기를 기록한다. 정원에서 목욕을 준비하는 수산나에게 노인들이 음심을 픔고 접근하는 장면이 미술의 주제로 선호되었다.

정오에 일어났던 사건이다. 수산나가 물가에 섰다. 붉은 겉옷과 신발을 벗었다. 연못에 발을 담그는 순간을 기다려 두 노인이 뒤에서 달려든다. 성서에는 수산나가 겉옷이나 속옷을 벗었다거나 물속에 알몸을 담갔다는 내용이 전혀 없지만, 화가의 상상력이 수산나를 알몸으로 그렸다. 옷 입은 수산나가 어쩌다 있지만 알몸의 마리아만큼이나 드물다. 노인들은 수산나를 이런 말로 회유한다.

'자, 정원문은 닫혔고 우리를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우리는 부인을 사모하오.그러니 거절하지 말고 같이 잡시다. 만일 거절하면 부인이 젊은 청년과 정을 통하려고 하녀들을 내보냈다고 증언하겠소.'

두 재판관이 허위 증언의 올가미로 자신을 위협하자 수산나는 죽음을 각오한다. 순결과 죽음을 동시에 택한 것이다.

'내가 주님 앞에 죄를 짓느니 차라리 깨끗한 몸으로 이들의 모함에 걸려드는 편이 낫겠다.'

렘브란트는 요아킴의 정원을 어둡게 재현했다. 정오의 시간대를 저녁 어스름무렵으로 늦추었다. 빛과 어둠의 연금술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일무니스모의 거장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다. 첫 그림을 구상하면서 하늘을 파란색으로 발라두었으나, 나중에 마음이 바뀌어서 어두운 구름을 덧칠했다. 덧칠은 뤼트겐 사진에서 드러났다. 정원 뒤쪽에는 원형 석조 건축이 들어섰고, 연못에는 백조가 떠 있다. 하녀둘이 울타리 밖으로 사라지고 꼬리를 늘어뜨린 공작새 두 마리가 정원의 품격을 더해 주지만 그림이 어두어서 잘 보이지 않는다.

한 노인이 수산나의 흰 속옷을 채어 잡는다. 수산나는 왼팔을 오므려서 가슴을 가린다. 아래로 내린 오른손은 옷깃을 움켜쥐고 두 다리 사이 부끄러운 곳을 지킨다. 수산나가 허리를 편다면 순결한 베누스, 곧 고대 조각으로 전해지는 '베누스 푸디카'의 도상이 된다. 수산나의 자세를 수사학적으로 번역하면'순결'이다. 앞에는 차가운 연못이 놓여 있고 뒤에는 늙은 간계가 가로막고 있다. 수산나의 하체는 왼쪽,상체는 오른쪽,머리는 다시 왼쪽으로 틀어졌다. 궁지에 몰려서 피신처를 구하는 다급한 시선이 화면 밖을 올려다본다. 수산나의 시선에 경건에 덕목이 담겨 있다. 두 번째 노인은 지팡이를 짚고 계단 난간에 의지했다.

네덜란드 화가들은 수산나의 목욕 그림을 보면서' 꼬부랑 노인들의 식은 욕정에 더운 정염의 불길을 당길 만큼'아름다운 여인의 자태에 주목했다. 그러나 렘브란트의 붓은 육신의 아름다움 대신 순결의 가치를 밝힌다. 어둠의 두터운 장막 속에서 수산나가 빛난단. 죽음조차 그림자를 드리울 수 없는 순결과 정결이 위선과 간계를 이겼다.

▶ 렘브란트,<수산나의 목욕>, 1647년, 76.6x92.7cm, 베를린 달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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