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6
토요일 아침이다.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놀아야 한다. 자는 아들 깨워서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오류동 탐험을 나섰다. 작년 봄에 이사 왔지만 늘 집과 교회를 반복하다 보니 아직도 못 가봐 궁금한 곳이 많다. 자전거 길을 찾아 돌다가 빵집에 들러 샌드위치를 사고 시원한 얼음 물도 산다. 달릴 곳이 별로 없다. 어쩔 수 없이 자전거는 골목에 주차하고 평소 바라만 봤던 언덕길을 올랐다. 길은 점점 높아지고 익숙한 듯 아닌 듯한 골목을 지나니 미타사, 절이 나온다. 그리고 그 옆으로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아카시아 향기가 온 산을 휘어 감는다. 오기 잘했다. 투덜대는 아들을 달래며 정상을 향해 오른다. 목표는 팔각정. 집 베란다에서 보이던 그 팔각정에 직접 가보는 거다.
오르고 또 오르기를 10여 분쯤 했을까. 어느 순간부터 왼편에 검은색 철조망이 보인다. 울타리는 이중으로 되어 있고 튼튼해 보인다. 넘어보려는 생각은 애초에 들지 않는 높고 견고한 울타리. 저 건너는 대체 어떤 곳일까. 한참을 울타리를 따라 오르니 이젠 울타리도 나와 같이 산을 오르는 것 같다. 정말로 팔각정 정상까지 울타리는 나를 따라왔다. 울타리 안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안내판도 없고, 보이는 거라곤 산불 조심 안내판 뿐. 그런데 초소처럼 생긴 건물들이 몇 채 보인다. 음... 설마 우리 교회 울타리? 진짜? 설마! 그 설마가 궁금해서 구역장님에게 전화를 건다.
헉! 진짜?
울타리가 있었구나. 이럴 수가. 교회로 들어오는 길은 정문을 지나는 것, 그 하나뿐이었다. 늘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던 문, 일단 들어서면 숲으로 싸여 있는 넓은 공원 같은 우리 교회, 누구나 들어오는 편안한 동산이라 생각했는데 울타리가 있었다. 몰래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교회를 둘러싼 곳곳의 초소에서 밤마다 목사님들이 기도하신다더니 진짜 그랬구나. 그래서 정문에서도 밤새 잠들지 않고 지키는구나. 우리가 보호받고 있다는 사실, 그 무언가로부터 단단히 지킴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에 안심이 된다.
그런데 무엇을 지키고 있는 걸까?
교회에서 배운 것들을 떠올려 본다. 늘 기도할 때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셨던 분을 떠올린다. 매주 목요일마다 구국(救國)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다니고 있지 않은가. 나라를 지키고 교회를 지키고 가정을 지키는 기도를 하는 곳. 그러고 보니 성도는 지킬 것이 많다. 믿음도 지켜야 된다고 하셨지... 작은 답을 찾은 듯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 무릇 지킬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 (잠언 4장 23절)
주문진에 갔다. 늘 따뜻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도 울타리가 있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고 말해주는 초록 울타리. 주문진 교회의 초록 정문이 열리면 마치 왕의 별장으로 초대받은 기분이다. 그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면 에덴동산이 펼쳐진다. 깨끗하고 싱그러우며 늘 태양이 비치는 위엄 있는 장소. 그런데 아이들은 그 위엄에 압도되지 않고 편안하게 자신의 집인 듯, 왕의 자녀들이 가진 당당함으로 이곳을 누린다. 에덴동산이 아담의 고향이듯, 주문진에 가면 집에 돌아온 듯 편안해진다. 그런데 이곳도 울타리로 보호받고 있다.
주문진 교회 정원에서 살아 뛰노는 것 같은 동물상들과 아름다운 나무들, 그리고 그 안을 거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위해 만들어 울타리를 치신 구별된 장소가 연상된다. 그뿐인가. 눈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동해 바다는 에덴동산에서 발원하여 흐르는 생명의 젖줄과 같다. 울타리 안은 폐쇄된 장소 같은데 여기서 흘러나온 물은 울타리를 넘어 세상을 적신다. 신비롭고 오묘한 하나님의 섭리다.
때론 울타리 안에 있는 것이 답답할 때도 있다. 이중 삼중 예배의 울타리와 넘치는 봉사의 울타리. 그런데 그 안이 보호와 생명의 발원지임을 울타리 밖으로 나오니 보인다. 평강 동산의 울타리 안에도 생명수가 흐른다. 구속사 말씀이 발원하여 온 동산을 적시고 있다. 이제 물은 곧 콸콸 흘러넘칠 것이다. 그때까지 더욱 내 마음을 지키고 말씀을 지켜야겠다.
- 에덴동산은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정성껏 나무를 심고 만드신 구별된 장소입니다. 에덴이라는 큰 지역에 그 지역 어느 한 부분에 울타리를 쳤어요. 동쪽. 에덴동산은 네 근원의 강이 발원하는 곳입니다. 구속사 시리즈 전체가 에덴동산 물이 나오듯이 순식간에 전 세계에 퍼집니다. 급하게 빠르게 흘러넘쳐서 5대양 6대주를 적시고 전 세계 열방에 가득하게 적셔서 하나님 앞에 영광 돌리는 우리 평강제일교회 성도가 되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하겠습니다. (2012년 11월 25일 주일 설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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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사 말씀과 함께 영원한 승리를 향하여
계 17:9-17
설교 : 유종훈 목사
일시 : 202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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